MRI 촬영후 끝내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다리저림이 심해져 이건 뭔가 이상이 있다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안좋은 소식이다. 1-2틀 입원해서 도수치료 및 주사치료를 받기로 했다. 4인실에 배정 받고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미리 누워있는 2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그중 한명은 스피커 폰으로 크게 통화중이었다. 30분정도 지인과 통화를 하더니 티비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디른분은 소리를 묵음으로 해놓고 야구를 보고 있었다. 오후 10시가 지나자 한 마디 했다. 반응이 없었다. 곧장 간호사실로 가서 말씀드렸다. 간호사 선생님 말에도 “소리 줄여서 들리지도 않아”라고 했다. 나이도 한참 나보다 많은거 같아 꾹..참았다. 책을 들고 내가 휴게실로 나왔다.
병원 입원실 처럼 남에게 피해가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곳에서도 자기 집 안방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내가 다시 병실에 들어 갔을땐 제발 조용히 자고 있으면 좋겠다. 응징하고 싶지만 내 기분도 안 좋아 질것을 알기에..
지방선거를 몇일 앞둔 어느날이었다. 대학교 바로 앞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오른쪽엔 대학생 남녀 커플 두명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여서 그들의 대화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우리는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식사를 모두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젊은 대학생 커플이 선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학생이 물었다. "이번 선거 어떻게 생각해? 무슨당, 누굴 뽑을까 생각은 정리 됐어?" 남학생은 즉답을 피하는듯 하더니 국민의 힘을 나와 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대표"의 이야기를 꺼냈다. 화제를 바꿔 여학생이 다시 물었다. "북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주는 구호품이나 식량에 대해서 물어보는것 같았다. 남학생의 대답은 단호했다. "난 북한에게 그렇게 퍼주는거 싫어, 왜 우리가 그들에게 그렇게 해야해? 뭘 위해서 우리나라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건 아닌것 같아." 여학생은 재밌다는듯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무던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우리나라가 그들보다 잘 사는데 어려운 사람들 잘사는 사람들이 도와주듯이 그냥 이유없이 도와 주면 안되나?" 더 듣고 싶었지만 음식이 나왔고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학생이 카드를 빼서 사장님께 주는 순간 남학생이 손을 더 멀리 뻗어 자기 카드를 사장님께 주었다.
길을 가다 신호가 걸렸다. 옆자리의 와이프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저 사진에 사슴, 약간 밍구 닮은 거 같아, 그런데 사슴들은 뿔 자를 때 아플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였다. "우리가 손톱, 발톱 자를 때 처음 느끼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녹용으로 쓰이니 사슴뿔은 시신경이 통해서 자를 때 사슴들이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들 때문에 사슴들도 고통을 받는구나.. 그런데 녹용으로 쓰이기 위해 사슴뿔을 자를 땐 마취를 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사슴들을 인간에게 자기 뿔을 준다, 아니 강탈 당한 다고 말해야겠다. 이유도 모른 채.. 녹용에 대해 정보를 더 찾아보니 오래돼서 자연적으로 부러지거나 떨어진 사슴뿔들은 "녹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뿔들은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녹용이 인간에게 어떠한 이점을 주는지 알아보았다. 운동선수들의 운동능력을 돕는 데 사슴뿔이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녹용을 먹은 운동선수들의 근육량이 늘고, 운동 회복 속도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인데 녹용도 뉴질랜드 산이 세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적 나도 엄마가 해주신 녹용 한약을 먹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와이프의 질문 하나로 시작된 녹용 아니 사슴뿔에 대해서 생각해 본 하루였다.
유시민 작가가 말했다. "저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의 말을 노상 암송하면서, 뭔가 현실에서 일이 일어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 -프리드리히 헤겔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사회적인 현상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프리드리히 헤겔은 이름만 알았지 그의 철학은 접해본 적이 없다. 합리적이지 못하고 내 맘에 들지 않는 사회적인 현상도 일어나면 그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유시민 작가가 알려준 헤겔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 블로그에 남겨 둔다.
운전하다 보면 기름이 간당 간당할 때가 있다. 네비가 있기 때문에 얼추 남은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에 여유롭게 주유소를 찾는다. 하지만 가끔 돌발 상황에 부딪친다. 헛생각하다가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치면서 주유를 놓친 적도 있고, 고속도로 앞쪽에 사고가 나서 차가 막히는 돌발 상황을 마주친 적이 있다.
어느 날은 어제보다 오른 기름값을 보고 주유소 싼 가격을 찾다고 결국에 더 비싼 데서 주유한 적도 있다. 집에 들어올 때 차량 주유 게이지에 불이 들어왔다. 주유를 하고 집에 들어갔으면 다음날 아침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는데 그것을 미뤄 다음날 아침 허둥지둥 한 날도 많다. 주유뿐만이 아니다 내가 아는 지인은 타이어 교환을 미루다 고속도로에서 큰일을 당할 뻔한 일도 있다. 타이어도 민들 민들 해질 때까지 아끼는 것보다는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기에 미리 갈아주면 편하다. 사람관계 또한 미루면 안될 일이 많다. 오해가 있거나 서로 서먹한 일이 있을땐 타이밍을 잘 맞워야 한다. 그때 딱 풀었어야 할 일을 못 풀면 평생 인연이 끝날수도 있다. 오늘 꼭 만나야될 사람이 있는데 무슨일로 못 만나서 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약속은 꼭 지키는게 좋은것 같다. 무엇이든지 미리 하면 다음날이 편해진다. 사소한 일이라도 내일로 미루면 내 예상과는 달리 이자가 붙어 내 소중한 시간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하자. 사소한 일을 수록 먼저 해치우면 더 큰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대형 마트에 왔다. 카트를 끌고 입구 앞쪽에 진열된 상품을 보기 시작했다. 여성용 심리스 팬티였는데 와이프가 상품을 보더니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히 5개들이 상품인데 몇 개가 비어있다"
앞쪽에 진열된 상품들 중 몇 개가 이빨이 비어 있는 듯 팬티가 부족했다. 추측 건데 이 상품들 포장이 쉽게 꺼낼 수 있게 돼있었다. 다른 쪽 팬티 포장은 테이프가 붙여져 열기에 시간이 걸리는데 이 제품은 손가락만 집어넣어 면 몇 장의 팬티를 훔쳐 가기가 쉬울 듯 보였다.
도둑놈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듯 하다. 아무래도 마트 측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팬티 몇 장 훔쳐 간 도둑들은 과연 집에서 편하게 속옷을 입어보고 흐뭇해 할까? 그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