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주변에 "요양병원"이 많이 생긴다. 우리 부부가 결혼했던 예식장도 대형 유치원도 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

출생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인구 구조를 순리적으로 따라가는 산업의 변형으로 보인다.

집 앞에도 엄청 큰 "요양병원"이 개원을 했다. 규모가 상당히 큰 건물이길래 뭐가 들어올까 궁금했었는데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건물의 규모에 비례해 요양병원의 간판 글씨도 어마 어마했다.

그런데 집에서 보이는 요양병원의 네온사인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병원의 큰 글자가 더욱 밝아지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의 이름 위로 보다 더 크게 새겨진 "암"이란 한 글자였다.

암 치료 전문 요양병원인 걸 강조하기 위한 병원의 마케팅 전략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 집과 마주 보는 요양병원 앞에는 6차선 대로가 놓여 있다.

그곳을 차로 지나갈 때마다 그리고 산책을 할 때마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아주 큰 "암"이란 글자가 너무도 신경이 쓰였다.

건강한 몸이 "암"이란 글자를 보자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이프도 압도적으로 큰 "암"이란 글자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개원한지 얼마 안 된 "요양병원"으로 가서 항의할 용기는 없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얼마 후 거짓말같이 "요양병원"의 거대한 "암"이란 글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암"이란 간판이 없어지자 이제야 "요양병원"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의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 동네의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을까?

궁금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728x90

'글자가된 일상(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리 디스크 후 "신전 운동"  (0) 2024.04.23
딸아이와 기숙사  (0) 2024.04.22
히라노 게이치로_한 남자  (2) 2024.04.17
입원실에서 빌런을 만났다  (1) 2024.04.16
젊은이들의 대화  (0) 2024.04.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