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라운딩을 마지막으로 3달간 허리 디스크로 골프를 쉬었다.
올해는 계속되는 허리 통증에 골프를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완화되었고 하루 만보 걷기 효과를 보는지 집에서 빈 스윙도 제법 해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골프 모임에 허리 상태를 알리고 3달 만에 라운딩을 가게 되었다.
라운딩을 나간다는 게 사실 겁도 났다.
허리가 다시 아프면 어쩌지? 와 공이 너무 안 맞아 깊은 실망감을 돌아오면 어쩌지?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낯설게 느껴지는 드라이버를 들고 첫홀 첫 티샷을 했는데 왼쪽으로 깔리는 땅볼 샷이 나왔다.
역시나...
스윙 크기를 극도로 줄이려고 7번 이상의 클럽은 잡지 않고 조심조심 앞으로 끊어 가면서 첫홀을 트리플로 마쳤다.
첫홀부터 내기를 했다. 허리 디스크
환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나 또한 라운딩을 나왔는데 멀리건 같은 배려는 받기 원하지 않았다.
오늘 한 조로 묶인 팀원 중에 골프 룰에 스코어 마사지를 즐겨하는 형님이 있어 염려를 했었다.
첫홀부터 내기를 하기로 했지만 본인이 트리플을 해서인지 첫홀 일파만파를 외쳤다.
"그냥 첫홀부터 그대로 점수 적으시게요, 일파만파 아무 의미 없어요 형님"이라고 했지만 스코어 카드에는 끝내 누가봐도 일파만파로 보이는 네 명 모두 0이란 숫자가 적혀졌다.
오랜만에 온 베아체 cc 컨디션은 엉망이었다. 티박스의 잔디는 다 녹아내려서 맨땅인데가 많았고 그린은 라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상한 곳이 많았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추석 때 내린 폭우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말을 들어보니 다른 골프장들도 3부 야간까지 사람을 받는 곳을 포함 그린 상태나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들었다.
홀을 거듭할수록 스윙 시 허리가 아프지 않으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툭툭 건드리자고만 한 스윙이 조금씩 커졌고 볼에도 힘이 붙었다.
하지만 오비가 한방 나오고 그린 옆 벙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6번 홀에서 양파가 나왔다.
카트에서 나갈 돈을 꺼내고 있는데 문제의 선배님이 양파는 없다고 캐디분에게 트리플로 적으라고 했다.
"왜 내 타수를 자기 맘대로 줄여주지?" 살짝 언짢아서 캐디님에게 그대로 적어주라고 계속 말했지만 전홀에서 본인의 파3 양파를 더블로 적은 선배님이 무한해 할까 봐 그대로 두었다.
웃긴 게 양파를 스코어 카드에는 한타 줄여서 적었다 하더라도 내기 중이면 돈 계산은 그대로 해야 하는데 타수 하나 줄이고 돈도 줄여서 주는 마법을 부렸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뒤로도 드라이버가 잘 안 맞거나 헤저드에 빠지면 본인 셀프로 티박스에나 "하나만 더 치고 갈게요"를 남발하며 보너스 볼을 쳐댔다.
후반전에 점점 볼이 잘 맞아 나갔다. 이상하게 라운딩전 그렇게 연습하고 나간 때보다 더 좋은 스코어가 나왔다.
버디도 하나하고 해서 88타를 기록했다.
본인의 룰대로 스코어를 마사지한 형님은 꼴등을 했다. 마지막에 딴 돈은 일원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드리고 그 형님께 드렸다.
돈 정산하기 전에 "우리가 언제 골프 치면서 남의 돈 따서 간 적 있냐? 우리는 그렇게 골프 안 배웠다"를 적절한 타이밍에 계속 발언해 주어서 도움이 되었다.
골프장 상태가 많이 안 좋았지만 오랜만에 잔디를 밝고 카트를 타며 바람을 맞고 바다를 볼 수 있었고 허리가 아프지 않아 만족스러웠던 라운딩이었다.
아직도 허리 상태가 100프로라고 말할 수 없다. 의사 선생님도 골프를 더 오래 하고 싶으면 올 한 해는 골프를 하지 말라고 했다.
당분간 이렇게 2달에 한 번, 아니 3달에 한 번이라도 아프지 않게 스윙하며 라운딩을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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