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만보 걷기를 실행하고 있다.
올 3월경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고 왼쪽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방사통 증상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다.
신발과 양말 신을 때 눈물을 흘려야 했고 반년 동안 가장 좋아하는 골프를 하지 못했다.
집에 오면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디스크 수술이나 시술은 받지 않았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때 허리 디스크를 평생 달고 사는 친구가 "걷기"를 추천해 주었다.
바른 자세로 시간 날 때마다 그냥 걷기를 하라고 했다.
평소 걸음걸이보다 약간 빠르고 길게 걷기를 추천했다.
8월 31일부터 그냥 무조건 하루 만보를 채우기로 했다.
이전까지 나의 하루 평균 걸음수는 3천에서 4천 사이였다. 다리보다는 바퀴로만 차를 타고 움직였다고 보면 된다.
하루 만보 채우기를 위한 소소한 노력들을 몇 자 적어본다.
1. 주차는 되도록 멀리
약속 장소에 가더라도 차를 목적지 보다 멀리 주차했다. 주차하기 힘든 장소일수록 목적지와 멀리 한가한 곳에 차분히 주차를 한 후 약속 장소까지 걸어갔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부족한 걸음수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2. 대중교통 이용하기
버스와 지하철을 많이 이용했다. 술자리 약속에도 대리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돈도 절약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가벼워졌다.
버스를 타고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람들, 건물들이 새롭게 보였다.
자가용을 운전할 때와는 다른 풍경들이 다른 시야를 보여주었다.
날씨가 좋을 땐 목적지 한 정거장이나 두 정거장 전에 내려 또 걷는다.
걷다 보면 버스나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고 느껴진다.
3. 집안에서 걷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만보까지 5백 걸음 정도가 부족한 날이 많았다.
취침 준비까지 한 상황이라 나가서 걷기는 무리였다.
이럴 땐 애플 와치를 차고 집안 거실과 안방을 수십 바퀴씩 걷는다.
직선 걷기가 아니라 계속 걸으며 집안 구석구석 꺾기를 반복해야 하지만 부족한 걸음수를 채울 수 있었다.
4. 골목상권 도사가 된다.
동네 주변 걷기를 가장 많이 한다.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새로 오픈한 식당이나 빵집 등이 눈이 속속 들어온다.
걷기로 다시 그려진 동네 지도는 색다른 정보를 머리에 각인시켜 준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빠짐없는 만보 걷기 후 허리디스크 통증이 90프로 정도 사라졌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느껴졌던 다리 저림 증상이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여전히 어느 순간 다시 찾아올지 모를 통증을 미리 무서워하며 조그만 자세 변화에도 조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골프 라운딩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통증이 거의 없는 지금 "만보 걷기"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만보가 채워지지 않으면 우산 없이 밖으로 나간다.
만보 걷기 하면서 흠뻑 비를 맞으면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젖은 옷이 집에 들어올 때면 무거워 힘들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해방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걷기도 내가 좋아하는 놀이가 되었다.
아직 만보 걷기 하는 동안 몸이 아픈 적은 없지만 쓰러질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 "하루 만보 걷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걷기를 하는데 가장 쉽지만 어려운 방법은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는 것이다.
운동하면 발에 집어넣고 현관문을 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항상 신발 신기처럼 첫 단추만 잘 끼워 준다면 어떤 일이든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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