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날 아침은 종종 스타벅스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책을 읽는다.

오늘은 집앞 스타벅스에  가지 않고 새로 생긴 옆동네 스타벅스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비가 와서 메말라 있던 땅을 적셔주고 있다. 정말 반가운 비소식 이다.

오전9시가 안된 시간 이었는데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반가웠다.

워렌버핏 평전을 아직도 읽고 있다.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요즘 생각보다 독서를 못하고 있어 읽는 속도가 느리다.

옆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는 와이프가 뭐가 재밌는지 막 웃는다.

“책속의 어떤 내용이 웃기길래 웃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중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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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침대, 아파트 그리고 그속에 있는 엘리베이터.일어나 생각해보니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네모가 참 많다. 앞에서 언급한 네모 중에 엘리베이터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엘리베이터란 공간은 협소하다 아주. 그것을 타고 목적지까지 갈 때 우리는 혼자 가기도 하지만 여러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한다.

사실 난 매일 혼자 타고 가기를 원하지만 개인용 이동수단이 아닌 이상 그것을 이용하려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걸보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름대로 생각한 엘리베이터 예절이라 함은 우선 타기 전에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으니 문 앞에 바짝 서있지 않는다.

가끔 생각 없이 문 앞에 코를 대고 있다가 타인과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 경험해봐서 알 것이다. 항상 문 옆에 서서 문이 열리는 걸 확인하고 타야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알겠지만 엘리베이터 예절을 참 잘 지키는 곳은 일본이라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반경이 좁아지는 그곳에서도 그들은 간격을 되도록이면 유지하려 하며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애쓴다. 물론 그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찼을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엘리베이터 러시아워일 때는 탑승객들이 하나둘 타면서 그들의 체취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운다.사실 난 후각이 예민해서 출근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탑승객들의 체취로 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분석하는걸 즐긴다.

몇 층인 줄 기억할 순 없지만 여자 A는 항상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를 탄다. 물기가 흠뻑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볼 때 난 드라이어를 빌려주고 싶다.

이런 광경은 목욕탕 입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여자들이 머리가 길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시간적으로 머리카락을 건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8층 남자 A는 생각보다 강한 땀냄새를 풍긴다. 사실 약간의 미스터리지만 이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

격렬한 활동 후 샤워를 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탔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사람의 땀냄새는 남들과 다른 강한 DNA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 웃긴 건 만원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난 문 가까이에 서서 문과 눈싸움을 하는데 왠지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뒷사람들에게 신경이 상당히 쓰인다.

물론 반대로 내가 엘리베이터에 처음으로 타고 한 사람 두 사람씩 엘리베이터가 채워질 때 가장 뒤쪽에 자리할 때 가장 편안하다. 나 역시 그때는 내 앞사람을 관찰하는 건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위로 옮기면서 좋은 신발 신었는데?

가방은 어디 브랜드지? 헤어스타일이 멋진데. 이 향수는 뭐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데 몇 살일까? 어디 놀러 가는군. 짧은 시간에 이 좁은 공간에서 나름 그 사람을 나도 모르게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봤자 10초 안팎일 것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조그마한 공간에 남아있는 향기로 얼마 전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특히 배달음식이 이 공간을 이용했을 때는 침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음 얼마 전에 피자가 올라갔군. 이건 프라이드치킨이구나 하면서. 물론 남아있는 찐한 향수 냄새로 누군가의 형상을 어렴풋이 상상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안의 냄새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허물같다. 그 사람이 벗어놓은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상황은 시선처리이다. 두 명이든 세명이든 그곳에 탑승한 이후로 문이 닫히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층수 확인이며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층수 화면이다. 절반의 사람이 목적지인 층수를 확인하면서 그 시간을 죽인다. 또 다른 절반은 스마트폰을 본다. 정말 정말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넘기며 시간을 죽인다. 하루 일과 중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시간은 현실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이 좁은 공간의 시간 그리고 만남을 난 즐긴다. 그 상대가 사람이든 체취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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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 마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넓은 마을 주차장을 만나 차를 세워두고 논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슬담 카페"를 만날 수 있었다.

카페이기 전에 시골마을의 평범한 한옥 주택이었을 것을 상상해 보았다.

요즘은 이렇게 번화가이지 않은 곳에 각기 특징과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카페가 속속들이 생기고 있다.

그런 카페들을 투어 하는 것은 사뭇 재밌고 설렌다.

와이프와 함께 카페 가는 목적은 첫째는 책 읽고 사색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거나 아이들이 많은 패밀리형 카페는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이렇게 시골에 자리 잡고 한가하게 논뷰나 밭뷰 그리고 저수지나 바다 뷰를 보며 멍 때리거나 책 읽고 글쓸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슬담" 카페는 확실한 공간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커피와 함께 나오는 조그만 명함 종이에 "슬담"이란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고 운영하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적혀져 있었다.

"넓지 않은 공간, 넓게 보이려 애쓰지 않기로 했습니다"란 문구가 기억과 남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현실에 주어진 좁은 공간에 만족하며 카페를 운영하겠단 말이 멋있는 것 같다.

테이블이 많지는 않아 자리가 없을 땐 바깥에 있는 좌석에 앉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꾀 더워 에어컨이 있는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나니 까맣게 생긴 케이크 같은 걸 많은 분들이 드시고 계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달달한 것이 당기기도 해서 메뉴를 다시 살펴보니 "베스트"라고 표시된 글자 아래 "흑미떡플"이란 메뉴가 보였다.

직감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이 이것이라 느껴져 같이 주문해 보았다.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흑미떡플"은  떡을 와플처럼 눌러 만들었고 한다.

앉은 의자가 편하진 않았지만 커피와 흑미떡플은 너무 맛있었다.

특히 흑미떡플은 달달하고 식감이 스펀지같이 푹신 푹신했다.

많이 달지 않아서 더 좋았던 "흑미떡플"이었다. 슬담에 가시면 꼭 커피와 함께 마셔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공간이 좁아 책 읽고 사색하기엔 완벽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30분 동안 와이프와 책 읽으며 스피커에서 들리는 노래를 들으면 멍 때리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서 심각하게 오고 가는 커플들의 신혼집 마련 프로젝트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 이 공간을 즐겼다.

카페를 나오면서 돌담이 예뻐 사진으로 담아 보기도 했다.

대형카페도 좋지만 시골 마을 작은 카페의 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생겨나는 카페들을 부부 둘이 즐겁게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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