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와이프를 기다리며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던 중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에 뭐 먹을까?" "그러니깐, 시간도 늦었으니 간단하게 먹자." 햄버거로 의견 일치를 본 뒤 주문을 했다.
배달이 도착한 뒤 햄버거를 꺼내는데 단품 햄버거만 3개가 들어있었다. 음식이 잘못 배달되는 경우가 많기에 얼른 확인을 해보았다. 급하게 주문했는지 내 실수였다. "햄버거는 탄산에다 감자튀김인데, 어쩔 수 없지 뭐" 와이프의 나지막한 말에 미안해졌다. 콜라와 감자튀김 없는 쌩햄버거만으로 저녁을 때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은 식탁을 치우던 중 와이프 자리에서 곱게 쌓인 피클들을 보았다. 햄버거 먹을 때마다 와이프는 피클들을 빼서 먹는다. 언제부터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인 것 같다. 왜 그러는지 물으면 "피클 맛이 싫어"라고 답했다.
피클처럼 일상생활에서 와이프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생각해 보았다. 부부로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서로의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내가 먹지 못하는 탕종류와, 곱창,족발은 알아서 피해주고 와이프가 먹지 못하는 아몬드는 내가 알아서 삭제시켜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말하지 않아도 무심한 듯 아닌 듯 서로의 취향을 알아서 배려해 주는것이 좋다. 와이프가 햄버거에서 해체한 피클들을 보고 이른 아침 많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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