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로 골프를 쉬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한 달에 최소 한번은 라운딩을 갔었다.
온전히 몇 달 동안 골프를 쉰 적은 없었다. 허리가 아프고 낫기를 반복하면서 골프채를 잡았다가 안 잡았다를 반복했다.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빈 스윙을 하면 여지없이 허리가 다시 아팠다.
의사 선생님은 다시 골프를 하고 싶으면 올해는 골프를 놓으라고 말했다.
그럼 내년에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할 수 있을까요? 물었다.
건강한 몸으로 내년에도 더 길게 골프를 하기 위한 방법이 올해 골프를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2달 정도 라운딩을 안 나가니 몸에 변화가 왔다.
원래 까만 피부이지만 항상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조금씩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난 잘 몰랐는데 와이프가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어"라고 말해서 알았다.
골프를 쉬니 쓸 수 있는 용돈이 늘어났다.
라운딩 할 때마다 나갔던 그린피, 내기할 돈, 캐디피, 라운딩 후 술자리, 골프웨어, 골프 장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이 남기 시작했다.
2달 정도 쉬니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올해는 골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골프를 잠시 내려놓으니 빈 공간으로 다른 것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년에 골프를 다시 하더라도 이 시간이 값진 시간이었던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뭔가 당연하게 했던 것들도 잠시 내려놓으면 꼭 당연했던 건 아니라는 걸 배운다.
우울했지만 나를 아프게 했던 허리 디스크에게도 고마움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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