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었던 첫 제주 라운딩이 어느덧 마지막 날로 접어들었다.

3번째 라운딩은 오전7시30분 출발이었다. 마지막 밤이라고 들이켰던 맥주와 소주들에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다.

모두들 힘든 몸을 이끌고 마지막 라운딩을 맞이했다.
2박 3일에 3번의 라운딩이 왜 힘든지, 지인들의 충고가 이제야 이해되었다.

마지막 날엔 두 가지 안 좋은 소식으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좋았던 날씨가 먹구름이 끼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 허리에도 무리가 가서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기 전에 진통제를 먹었지만 먹히지 않고 첫 티샷 때부터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친구들 티샷 준비중

첫홀, 첫 티샷을 4명 모두 해저드로 보냈다. 하필 뒤 팀이 가깝게 모든 걸 지켜보고 있어서 많이 쪽팔렸다.

카트 안에서 친구들이 움직일 때마다 호흡을 뱉을 때마다 술 냄새가 진동했다.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도 빗 줄기가 점점 세지기 시작했다.

제주도 날씨는 변덕스러워 3일 동안 소나기 한 번도 안 맞은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아덴힐cc도 전체적으로 블라인드 홀들이 많고 업 다운이 있어 어려운 골프장이었다.
허리가 아픈 와중에 전발9홀을 끝냈다.

더 이상 라운딩을 하는 건 도저히 내 허리가 못 버틸 것 같아 후반엔 카트만 타고 친구들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후반 9홀은 관람자의 입장에서 동반자들의 경기를 보니 사뭇 골프가 다르게 느껴졌다.

보는 것과 플레이하는 것이 많이 다름을 느꼈다. 친구들의 샷 루틴과 경기 운영 그리고 얼굴 표정들을 세밀히 관찰하는 재미가 있더라.

허리 때문에 못 올 줄 알았던 제주도 라운딩을 마지막까진 완주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를 맞고 페어웨이를 걸었지만 상쾌한 느낌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주도에서 정말 유명한 골프장들을 가보고 싶다.

예를 들면 최경주 선수가 우승한 "핀크스 골프장" 그리고 스타 골프 빅 리그를 했던 "클럽 나인 브릿지"같은 골프장 말이다.

제주에서 돌아와 병원에 가서 당분간 하지 말란 골프를 했다고 의사 선생님께 고백했다.

약물치료를 하며 내년에 골프를 하고 싶다면 올해는 골프를 쉬라는 처방을 받았다.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기 때문에 남은 올해는 재활에만 신경 써야겠다.

골프여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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