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기아와 롯데의 주중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기말고사를 끝낸 아들은 고향이 부산인 친구와 함게 사직구장으로 향했다.
우리 아들이 야구 직관을 갈 때마다 기아는 진다.
이게 우리 집에서는 나름 깨지기 어려운 정설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아들이 직관을 가면 이기고 있다가도 기아는 역전을 당해진다.
6번 연속으로 아들의 직관은 기아의 패배로 연결되고 있었다. 사직구장에 처음 간 아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야구장이 오래된 것 같은데 챔피언스 필드 보다 관중석이 그라운드를 감싸는 느낌이라고 했다.
멀리 부산까지 직관을 갔으니 꼭 이겼으면 했다.
티브이로 경기를 시청했고 요즘 감 좋은 소크라테스가 첫 타석부터 투런홈런을 쳤다.
기아의 선발은 한국 야구계를 무시무시한 스위퍼로 씹어 먹고 있는 네일이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수라 기아의 승리 확률도 높다고 볼 수 있겠다.
롯데 선발 나균안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경기 초반에 5점을 실점했다.
나균안은 경기 전날 음주한 게 팬들에게 알려져 점수를 줄 때마다 사직구장의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롯데 팬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대량 득점이 계속되고 기아가 12 대 0으로 앞서가길래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아들 직관은 곧 기아의 필패" 공식을 벗아난 것 축하한다...
아들도 미리 축하를 하면 "이렇게 편안하게 경기를 본 게 오랜만이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롯데 팬인 부산의 아들 친구는 3회때 집에 간다고 계속 짐을 쌓다고 했다.
야구 경기에서의 10점 차이는 뒤집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10점 이상을 이기고 있는 팀은 다음 경기를 보고 주전들에게 체력 안배를 해주기 위해 다른 선수를 투입한다.
강아지와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다시 경기를 시청하려고 티브이를 켰다.
7회에 스코어판의 숫자가 15대 14였고 큰 숫자가 옆에 롯데라고 쓰여 있었다.
다시 봤어도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전화기를 보니 아들에게 수많은 절규의 문자가 와있었다.
3회때 집에 간다던 롯데 팬 아들 친구는 난리가 났고 우리 아들은 아무래도 오늘도 질것 같다는 메시지였다.
요기 배라의 말처럼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평생 기아 야구 팬으로서 앞으로 이런 경기를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이게 야구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뭐 하지만 5시간이 넘는 경기는 15대15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결과는 무승부이지만 난 기아 타이거즈의 패배라고 말하고 싶다.
부산까지 기아 경기를 응원 갔지만 직관 필패의 공식을 유지하게 된 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내일도 모레도 기아의 승리를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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