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리즈가 3승 1패가 되고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이 기정사실화가 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양종현이 홈런 3방을 내리 맞고 5대0이 되었을 때 머릿속에 없던 5차전이 떠올랐다.

하지만 차근히 점수를 쌓아가더니 허리가 아파 엔트리에서 잠깐 빠졌던 최형우가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때부터 경기를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수들의 표정도 자신감이 넘치고 주자는 계속 루상에  쌓았지만 득점이 되지 않은 답답한 이닝이 계속되더니 박찬호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리드하게 된 순간 우승을 직감했다.

올해 기아는 우승 전력으로 평가되었지만 김종국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그리고 이범호 감독의 취임으로 어수선했지만 오히려 이 사건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스타플레이어였지만 감독으로서 "왜 이거 밖에 못하느냐?"라고 선수들을 이해 해지 못하는 다른 스타 감독과는 다르게 선수들에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자유를 주는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던져 주는 감독이었다.

선수들과 격이 없는 감독 같지만 선을 넘지 않는 정도를 지키며 기아타이거즈를 원팀으로 만들었다.

잘한 선수들 하나하나 나열하기엔 끝이 없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가장 뭉클한 장면이 부상으로 이탈한 이의리를 잊지 않고 상기시켜 준 곽도규의 세리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등한 전력으로 기아와 붙지 못한 삼성이 사실 많이 안타까웠다.

728x90

내가 응원하고 좋아하는 야구팀이 1위로 시즌을 마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기아가 해태였던 시절부터 우승하는 걸 많이 보았지만 질릴 수 없는 게 우승이자 1위이다.

기아는 전력상 우승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백 프로는 아니었다. 거기다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감독이 경질되었다.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게 된 건 타격코치였던 이범호 감독이었다.

선수 시절에도 야구선수로 영리하고 리더십이 출중한 선수였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나이 어린 초보 감독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 기아의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어느 누구도 이범호 감독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올해 잠재력을 터뜨려 주고 본인의 이름값을 해줘 기아가 정규 시즌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몇 명만 꼽자면 데뷔 3년 만에 MVP 급 활약을 한 김도영은 말이 필요 없다.

팀의 최고참으로 이제 실력이 꺾일 때도 된 것 같은데 올해도 100타점을 넘긴 최형우.


시즌 막판 엔시전에서 불후의 사고를 당했지만 스위퍼 마스터로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제임스 네일.

초반 부상으로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이름값 어디 가지 않는 나성범은 가볍게 홈런 20개를 기록했다.

쌍둥이처럼 거의 비슷한 경기를 출전해 안방을 책임진 두 명의 든든한 포수들 김태군과 한준수의 업적도 뺄 수 없다.

작년 엘지가 우승할 때도 함께 할 수 없었던 서건창은 고향팀 기아에 와서 1루 그리고 2루를 가리지 않는 수비에 3할을 찍는 타격으로 기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주었다.

언급하고 싶은 선수가 너무 많지만 타이거스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하고 나면 언급할 선수들을 남겨 둬야 할 것 같다.

기아 팬으로 다시 한번 7년 만의 정규 시즌 우승을 축하하며 준비 잘해서 12번째 우승을 팬들에게 안겨주길 바란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