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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 목적지로 가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잠시 차를 멈춰 세웠다.
2차선 도로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상가 건물에 눈이 멈췄다.


"비디오,도서,cd 대여"라고 쓰인 간판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내가 잘못 봤나? 했지만 아니었다.

요즘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디오 대여점"이 아직도 있다고?

신호가 다시 파란불로 바뀌어 앞으로 가야 했지만 계속 눈은 그곳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심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아니었으면 차를 한편에 주차하고 들어가 보고 싶었다.

아주 오래전 군대를 제대하고 영화에 푹 빠져 지내던 때 몇 달간 동네 비디오와 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시간당 적은 돈을 받는 일이었지만 영화를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일이 끝나면 공짜로 비디오 신작을 비롯해 모든 영화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었던 그때는 그게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즐거운 여과 시간 같았다.

넷플릭스를 포함해 수많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둘러싸여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도 비디오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다고 말해주면 그전에 비디오테이프가 뭐냐고 먼저 물어본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땐 손자들에겐 어떠한 것들이 "비디오테이프"같은 과거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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