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을 긴 세월이 흘러 만나게 되었다.
장난기가 많았고 엉뚱한 구석이 있었고 아기 피부에 거무스럽게 난 콧수염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늦게 나간 술자리에 그 친구는 화장실에 가고 자리에 없었다.
얼마 후 들어온 고등학교 친구는 "멀리서 들어도 네 목소리 알겠더라" 하면서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아직은 싱글이었고 친구들 모두가 그렇듯이 세월의 흐름은 거스르지 못하여 그 나이의 어른스러운 얼굴로 변해있었다.
그 친구도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이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헤어질 때가 되자 친구가 자기 전화기를 내 손에 건넸다.
자연스럽게 내 폰번호를 찍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주머니에서 내 전화기가 울렸다.
장난기가 많았고 엉뚱한 구석이 있었던 친구는 굉장히 차분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중했다.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친구는 술은 못 마신다고 하여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고 집에 가는 방향이 같은 친구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대리기사님을 기다리는 친구를 같이 기다리며 그 친구는 담배를 연이어 두 대를 피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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