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을 눈으로 흘겨 보았다.

다들 나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명암을 주거 받거나 하면서 연결고리가 있는 번호 일 텐데.

언제 이렇게 많은 번호가 전화기에 입력되었는지 의아했다.

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사람들과 쉽게 쉽게 연을 맺지 않는데도 전화기에 등록된 번호들이 과식한 음식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하나씩 전화번호를 지워야겠다.

어떻게, 왜 저장했는지 모를 번호부터 하나씩 "삭제"버튼을 누르고 있다.

전화번호와 연동된 카카오톡에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 역시 함께 지워나가다.

지우기 전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잠시 확인해 보지만 "정말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이 지나면 또다시 전화기에 저장될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번호를 지우는 속도를 더 높이고 싶다.


728x90

'글자가된 일상(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일사이 벌어진 일들  (0) 2023.04.23
혼밥하기  (0) 2023.04.02
새학기가 시작되나 보다  (0) 2023.03.24
달갑지 않은 우편물  (0) 2023.02.19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  (0) 2023.02.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