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을 눈으로 흘겨 보았다.
다들 나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명암을 주거 받거나 하면서 연결고리가 있는 번호 일 텐데.
언제 이렇게 많은 번호가 전화기에 입력되었는지 의아했다.
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사람들과 쉽게 쉽게 연을 맺지 않는데도 전화기에 등록된 번호들이 과식한 음식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하나씩 전화번호를 지워야겠다.
어떻게, 왜 저장했는지 모를 번호부터 하나씩 "삭제"버튼을 누르고 있다.
전화번호와 연동된 카카오톡에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 역시 함께 지워나가다.
지우기 전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잠시 확인해 보지만 "정말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이 지나면 또다시 전화기에 저장될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번호를 지우는 속도를 더 높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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