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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광주에 왔다. 오랜만에 저녁 날씨가 20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이었다. 친구와 잠깐 만나기로 했다. 저녁식사는 둘 다 배부르게 먹어서 가볍게 맥주 한잔하기로 했다.

친구 집과 우리집의 중간지점에서 걸어서 만나기로 했다. 중간지점은 운천역 앞 쌍촌동이 되었다. 쌍촌동까지 걷는데 상쾌하고 너무 좋았다.

멀리서 친구가 손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조금 더 걷고 싶었는데..

쌍촌동 골목으로 들어가니 을지로 분위기의 술집과 식당들이 있었다. 광주에 살아도 이곳 골목은 처음이었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이라 가게들에 사람들이 많았다.

"거북이 상회"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가게 앞에 적힌 "갑오징어 피데기"를 안주로 먹고 싶어졌지만 목소리 큰 친구의 "마른안주 세트"를 안주로 먹게 됐다.

친구와 주량 차이가 있어 항상 나는 그만 먹기를 친구는 마지막까지 "한 병 더"를 외치며 헤어진다.

난 "카스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고 친구는 "한맥 맥주"가 천원이 싸다고 말하며 1병을 주문했다. 가격에 대해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한맥 맥주"가 상당히 맛있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쏘맥은 카스 맥주나 테라 맥주로 먹어야 하고, 맥주만 오로지 먹을 땐 켈리나 한맥을 마셔야 한다고 했다."

분기에 한 번 정도 보는 우리는 오늘도 다가오는 지방선거 예측과 아주 오래전 고등학교 추억들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의 올 시즌에 대해 이야기했다. 항상 마지막은 사소한 티격 태격으로 마무리한다.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비로 변했다. 둘 다 걸어왔기 때문에 우산이 없었다. 친구는 택시를 불렀으나 잡히지 않았다.

모자를 쓰고 왔기에 집에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10분 정도 친구의 택시를 기다리다가 졸음이 몰려와 쿨하게 친구에게 손을 흔들고 "거북이 상회"를 나왔다.

진짜 내가 가는 줄 몰랐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원성이 가득한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이제 만나지 말자"란 말에도 다음 분기 정도에 또 우리는 만날 것이다. 오랜만에 비 맞으며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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