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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7개월이 된 밍구의 성장세는 이쯤에서 멈출 것 같다.

웰시코기는 소형견이 아니라 중형견이다. 사실 밍구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나도 조그마하던 아이가 7킬로 정도 나가는 중형견이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복슬복슬 올라온 털에 아장아장 발밑을 기어 다니며 아침저녁으로 잠만 자던 밍구의 변화가 아직도 경이롭다. 주변에서 웰시코기를 분양받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강아지 중에 가장 털이 많이 빠지는 게 웰시코기야" "중형견이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 건데..." "오래전 옛날 영국에서 소몰이를 하던 애들이라, 에너지가 장난 아니라던데 감당할 수 있겠어?"였다.

사실 밍구가 어릴 땐 듣고도 그러려니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지금 밍구가 앉았다 일어난 자리는 털이 수북하다. 산책하고 돌아올 때 잠깐 안고 있으면 옷은 이내 털로 가득하다.

3일마다 한 번씩 거실 바닥을 쓸고 닦아도 이내 다시 털이 쌓인다. 조그맣게 엥엥 거리며 짖던 목청도 가끔 귀 옆에 대고 짖기라도 하면 고막이 나갈 것 같다.

흉통이 커서 그런지 정말 진돗개가 짖는 소리가 난다.

점점 커가는 밍구는 의견 표출을 할 때 자주 짖는다. 아파트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조금만 짖어도 밍구에게 야단을 치거나 요구를 들어주어 짖지 못하게 한다.

언젠가는 새벽에 문닫힌 딸아이 방에서 나오고 싶다며 밍구가 짖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 이웃을 만난 아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 아랫집 아줌마가 자기도 개 키워봐서 이해는 하는데 새벽에 밍구 안 짖게 해줬으면 좋겠데"

그 뒤로 밍구가 짖는 것에 가족들 모두가 민감해져 밍구에게 눈치를 줬더니 밍구는 짖으려고 입을 별렀다가 꾹 참고 자체 음소거를 하여 아주 작은 소리로 짖다가 멈치기를 반복했다.

강아지가 짖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 우리 눈치를 보며 짖는 밍구가 안쓰럽기도 했다.

웰시코기가 독립적인 성격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밍구도 어렸을 적부터 잠은 거실 자기 집에서 혼자 잤다.

가끔은 딸아기 침대 밑에 들어가 자다가 지금은 안방 침대 옆 정확히 말하자면 와이프가 자는 쪽 침대 아래에서 잠을 잔다.

침대에는 절대로 올리지 말라고 딸아이에게 당부했지만 가끔은 아직도 침대에 딸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걸 목격한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땐 밍구는 조용히 거의 잔다. 가족들이 외출 후 들어올 때도 시크하게 맞이하지 막 달려와 안기거나 뒹굴거나 하지 않는다.

어제 새벽에 발밑에 감촉이 이상해 눈을 떴다가 인어공주처럼 내 발이 변한 줄 알고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확인했다.

순간 어두워서 내 발로 착각했던 다리는 우리 밍구의 다리였다.

어찌 된 일이지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새벽 4시에 침대 밑에서 자던 밍구가 놀아주라고 와이프에게 낑낑 거려 침대에 올려 주었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밍구가 너무 귀여웠지만 버릇 잘못 들기 전에 바닥에 내려놓았다.

독립적인 웰시코기 특유의 성격을 변화시킬까 살짝 겁이 났다.

똑똑한 밍구는 가족들 눈치를 보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판단한다.

사람도 사춘기가 있듯이 밍구도 커가는 과정이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지금 겪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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