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아빠가 데려간
“오리탕" 집을 너무 싫어했다.
들깨 가루가 뿌려진 오리탕 국물이 어릴 적에는 하나도 맛이 없었다.
아직도 친구들에게 아기 입맛이라고 불린다.
내가 엄마, 아빠 나이가 되니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점엘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어릴 적 입맛은 나이 들면 변한다.
남도에 살지만 아직 홍어를 못 먹는다. 하지만 요즘 상갓집이나 한정식집에 가면 홍어를 돼지고기 수육 위에 김치를 올려 한 번씩 시도해 보고 있다.
보신탕은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고 민물고기 탕도 못 먹는다.
자라탕도 먹어 봤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곤 기겁한다.
한번은 후배를 따라 "기러기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집에서는 왜 그런 델 가냐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입맛이 까칠한 선배로 단정 지어지는 게 싫어 갔지만 역시나 거대한 기러기 골격을 보고 국물만 홀짝홀짝 떠먹었다.
나에게 좋은 보양식은 장어와 소고기이다.
남들보다 비위가 약한 건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보양식을 사주겠다는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천둥오리탕을 소개했고 내가 먹을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바꾼다고 했다.


음식에 까탈스러운 친구가 되기 싫어서 간다고 했다.
유명한 곳인지 넓은 식당이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탕 속에 있는 오리고기 한 점을 용기 있게 먹었는데 역시나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같이 간 친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릇을 비웠다.
숟가락질이 시원찮은 게 보였는 게 옆에 앉은 친구가 내가 뭘 얼마나 먹는지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얄미운 친구 덕분에 탕 속에 미나리 한 움큼과 고기는 쪼끔 집어 밥 위에 올려놓고 잘 먹는 척을 했다.
보양식의 정의는 나에게 가장 맛있는 아니 내가 가장 잘 먹는 음식을 먹고 만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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