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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침대, 아파트 그리고 그속에 있는 엘리베이터.일어나 생각해보니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네모가 참 많다. 앞에서 언급한 네모 중에 엘리베이터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엘리베이터란 공간은 협소하다 아주. 그것을 타고 목적지까지 갈 때 우리는 혼자 가기도 하지만 여러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한다.

사실 난 매일 혼자 타고 가기를 원하지만 개인용 이동수단이 아닌 이상 그것을 이용하려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걸보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름대로 생각한 엘리베이터 예절이라 함은 우선 타기 전에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으니 문 앞에 바짝 서있지 않는다.

가끔 생각 없이 문 앞에 코를 대고 있다가 타인과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 경험해봐서 알 것이다. 항상 문 옆에 서서 문이 열리는 걸 확인하고 타야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알겠지만 엘리베이터 예절을 참 잘 지키는 곳은 일본이라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반경이 좁아지는 그곳에서도 그들은 간격을 되도록이면 유지하려 하며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애쓴다. 물론 그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찼을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엘리베이터 러시아워일 때는 탑승객들이 하나둘 타면서 그들의 체취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운다.사실 난 후각이 예민해서 출근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탑승객들의 체취로 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분석하는걸 즐긴다.

몇 층인 줄 기억할 순 없지만 여자 A는 항상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를 탄다. 물기가 흠뻑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볼 때 난 드라이어를 빌려주고 싶다.

이런 광경은 목욕탕 입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여자들이 머리가 길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시간적으로 머리카락을 건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8층 남자 A는 생각보다 강한 땀냄새를 풍긴다. 사실 약간의 미스터리지만 이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

격렬한 활동 후 샤워를 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탔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사람의 땀냄새는 남들과 다른 강한 DNA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 웃긴 건 만원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난 문 가까이에 서서 문과 눈싸움을 하는데 왠지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뒷사람들에게 신경이 상당히 쓰인다.

물론 반대로 내가 엘리베이터에 처음으로 타고 한 사람 두 사람씩 엘리베이터가 채워질 때 가장 뒤쪽에 자리할 때 가장 편안하다. 나 역시 그때는 내 앞사람을 관찰하는 건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위로 옮기면서 좋은 신발 신었는데?

가방은 어디 브랜드지? 헤어스타일이 멋진데. 이 향수는 뭐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데 몇 살일까? 어디 놀러 가는군. 짧은 시간에 이 좁은 공간에서 나름 그 사람을 나도 모르게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봤자 10초 안팎일 것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조그마한 공간에 남아있는 향기로 얼마 전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특히 배달음식이 이 공간을 이용했을 때는 침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음 얼마 전에 피자가 올라갔군. 이건 프라이드치킨이구나 하면서. 물론 남아있는 찐한 향수 냄새로 누군가의 형상을 어렴풋이 상상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안의 냄새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허물같다. 그 사람이 벗어놓은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상황은 시선처리이다. 두 명이든 세명이든 그곳에 탑승한 이후로 문이 닫히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층수 확인이며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층수 화면이다. 절반의 사람이 목적지인 층수를 확인하면서 그 시간을 죽인다. 또 다른 절반은 스마트폰을 본다. 정말 정말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넘기며 시간을 죽인다. 하루 일과 중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시간은 현실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이 좁은 공간의 시간 그리고 만남을 난 즐긴다. 그 상대가 사람이든 체취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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