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지뢰밭을 피해 가듯 요리조리 여기까지 잘 피해 왔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

월요일 지방으로 라운딩을 다녀온 다음날 온몸이 쑤시고 허리가 아프길래 어제 라운딩 때문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으레 몸살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복용했던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3번 뿌리기, 홍삼액 짜셔 먹고, 비타민 약, 몸살 기운이 돌때 좋다고 일본에서 사 온 알약 3알을" 하나도 빠짐없이 몸속에 밀어 넣었다.

다음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 좋게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목이 간질간질 해지기 시작했다. 타이레놀 1알을 먹고  자가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검사하는 내가 못 미더 웠는지 쳐다보고 있던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더 깊이, 더 깊숙이 찔러야 돼, 그렇게 하면 검사 하나 마나야"

나름대로 코 깊숙이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는 "음성"이다.

딸아이 말대로 내가 하는 검사엔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다음날 아침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 내 앞에 10명의 사람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씩 유리막이 설치된 검사대 앞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코를 무방비 상태로 보여주고 검사를 기다렸다.

내 앞에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는 코 찌르는 게 싫다며 울고 실랑이를 벌이더니 아빠의 간곡한 설득을 듣고 간신히 검사를 끝마쳤다.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 말인즉 처음으로 코를 찔렸다.

뉴스에서 코를 찔릴 때 괴로워하는 사람, 움찔하는 이들, 코를 지나 머리까지 검사기가 들어간 것 같다, 별별 말들과 잔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나를 검사해 준 분은 아주 부드럽고 노련하게 스틱으로 콧속을 간지럽혀 주셨다. 수많은 사람들의 콧속을 찔려 주시는 모든 코로나 검사원들께 경의와 감사를 글로 나마 표한다.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병원 안엔 들어가지 목하고 계단 앞에서 "양성"음성" 발표를 기다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단순 감기 일 거야"란 생각을 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내 앞사람들의 발표가 줄줄이 이어졌다. 10명 중 8명이 모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내 앞에 검사했던 어린 초당학생 여자아이와 아빠까지도.

내 이름과 함께 "양성"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표정도 가지 각색이었다.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람, 왜 내가 걸렸지?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들.... 옆에 있던 중학생은 확진 판정을 받고 "웃는다".. 학교 안 가도 된다며...

5일 치 약을 받고 집으러 와서 아들방에서 격리를 했다. 격이 하루 뒤 와이프가 목과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 다음 확진 판정을 받았고 주말에 기숙사에서 돌아온 아들도 주말이 지나서 확진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오래 버텼던 딸아이도 기침과 함께 학교에서 조퇴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로 시작된 코로나는 불과 4일 만에 모든 가족들을 전염 시켰고 확진 판정 후 4일이 지난 지금 내가 가장 먼저 좋은 컨디션을 찾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한 번에 모두 걸려서 같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좋아!"  친구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728x90

'글자가된 일상(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리베이터  (0) 2022.06.05
어린이날 일상  (0) 2022.05.05
와이프와 피클  (0) 2022.03.04
장성호 수변길_걷기좋은곳  (0) 2022.02.26
하루 5천보  (0) 2022.02.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