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하루 전 아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감정 버튼이 살짝 눌러진 거 같다.
갑자기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인가? 자문해 보았다.
드라마나 책을 읽다가 눈물을 손으로 훔치기도 하고 나름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눈물 없이 아들의 군 입대를 지켜보려고 했는데 연병장에 모여 부모님께 “큰절”하는데 그때부터 훌쩍 거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 아들을 찾을 순 없었지만 부대 안으로 줄지어 걸어가는 모든 이들의 아들들을 보니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그리고 너무나도 좋을 나이에 군대를 가는 아들이 갑자기 안쓰러웠다.
군대 가기엔 아직 너무 어린것 같은데....

내가 입대하는 날이 갑자기 떠올랐다. 지금의 와이프도 함께한 논산 훈련소 입대일 때가 생각났다.
첫날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벽돌같이 느껴졌던 침대.. 그리고 가족들의 얼굴들...
아버지는 훈련소에 날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중고차 매장에서 차를 바꾸셨다.
엄마는 아들 군대 보낸 적적한 마음을 중고차 구매로 매우셨던 것 같다고 아직도 이야기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전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제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군대가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지금 군대는 캠핑이에요" 누군가의 위로의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
눈이 많이 오늘날 훈련소에서 "아들은 뭘 하고 있을까? 밥은 잘 먹을까? 걱정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제대하는 날까지 몸 건강히 군 복무를 마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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