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인이 되기 위해 의욕이 충만한 시간이 있었다.

모든 군인들이 제대하고 나면 사회에서 "뭐든지 난 할 수 있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때..

배워보고 싶은 취미를 제대하기 전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던 것이 "기타 배우기"였다.

왼손잡이여서 왼손 통기타를 준비해
문화센터 통기타반에 등록했다.

기타를 배우고 몇달후면 너바나의 곡을 멋지게 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3달 동안 기타를 배우면서 아주 느린 곡,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로 시작하는 "연가"란 노래 한 곡도 버겁게 통기타로 튕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타를 칠수록 손톱과 손가락도 아퍼왔고 3달 만에 기타 배우는 걸 포기했다.

"기타는 나와 안 맞는 것 같아"란 자기 합리화 대전제를 여지없이 깔고 기타는 집 어딘가에 처박혀 많은 세월이 흘렀다.

딸아이 방,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곳에서 어느 날 때가 가득 묻은 통기타 가방을 발견했다.
다시는 기타 배울 일은 없다는 생각은 지금도 확고했다.

오늘 당근에 "야마하 통기타"를 10만원에 내놓았다.
보관상태가 좋아서인지 3달 동안 기타를 많이 튕기지 않아서인지 상태는 너무 좋았다.

왼손잡이 기타라 희소성이 있을 것 같지만 그 희소성에 부합되는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왼손잡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년 동안 내가 손 대지 않는 물건은 무조건 쓰지 않는 물건이다.

어서 빨리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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