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중 마라탕 집이 있다. 식당인 거래처가 오픈할 땐 되도록 가서 먹어 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마라탕, 그런데 난 마라탕을 못 먹는다.
고수 들어간 다른 음식들은 잘 먹는데 마라탕만은 아직 넘어서기 힘든 음식이다. 점심시간에 직원 2명과 함게 마라탕 집엘 방문했다.
이게 우연인 줄 모르겠지만 같이 간 직원들도 "마라탕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식당에 가기 전 다른 메뉴가 있는지 확인했다. 마라탕 말고 간장 볶음밥 메뉴가 있었다. 셋 다 그걸 원했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볶음밥 3개를 주문했다. 마라탕 집 사장님은 없었고 직원이 주문을 받았다.
주문받는 직원이 볶음밥 3개만 시키니 돌아서지 않고 뭔가(마라탕) 더 시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착실히 볶음밥 3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원래 오픈 집에 가면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며 "나 왔다 간다"고 생색을 내야 하는데 사장님이 안 계셔셔 음식만 먹고 올 것 같았다.
볶음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가게로 들어왔고 큰 소리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보더니 소매를 걷어붙이고 뭔가를 주방에 지시하기 시작했다. 왠지 느낌이 왔다.
"제발 마라탕만 서비스로 주지 마라" 했지만 사장님의 두 손엔 큰 마라탕 그릇 2개가 담겨 있었다.
"저희 집 오셨으면 마라탕 맛보셔야죠!" 마라탕 그릇이 세숫대야만 했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고맙다고 하며 직원들과 마라탕 배분에 들어갔다.
우리 셋 다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얼굴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3명이서 마라탕을 나눴지만 한 그릇만 겨우 3등분 했고 그것도 힘들게 한 숟가락씩 먹기 시작했다.
직원 한 명이 쉽게 마라탕을 비우길래 "좀 더 먹을래?" 했는데 직원 인상이 굳어지는 걸 보고 바로 말을 거둬들였다.
마라탕 사장님은 주방 언저리에서 계속 우리 식탁의 마라탕이 얼마 남았는지 흘깃 흘깃 보고 있었다.
마라탕의 냄새가 싫었지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숟가락질을 했지만 마라탕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마라탕 3분의 2 정도를 남기고 일어섰다. 사장님껜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는 멘트를 남겼다.
거래처를 상대하다 보면 이렇게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종종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