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을 차일 피일 미루더니 결국엔 폐업을 한 거래처가 있다. 입금을 하지 못한 다양한 답변이 문자와 전화 통화로 오갔다.

"짐 뺄 때 보증금 받으면 바로 입금할게요, 걱정 마세요."
"와이프가 아직도 입금 안 했어요?"
"제가 심하게 아파서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부터 연락이 안 된다. 처음에는 구구절절한 문자를 보내지만 이쯤 되면 간단히 "추심 기관에 이관했으니 앞으론 그쪽에서 관리할 것입니다."로 마지막 연락을 보낸다.

그러면 연락이 오는 거래처가 있고 그래도 연락이 감감무소식은 거래처가 있다.

전자처럼 연락이 와서 해결되면 좋지만 거의 대부분이 후자에 속한다.

추심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미수 거래처 미수 규모와 경제 상태를 파악해서 알려 주었다. 99.9% 프로 이상이 이미 다른 곳에도 미수나 대출이 깔려 있다.

나에게 있는 미수가 가장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겐 그들에게 받을 돈이 큰돈이지만 그들에겐 나에게 줄 돈이  작은 돈이 돼버린다.

그보다 더 기분이 나쁜 건 그다음이다.
미수자로 등록되어 있는 그들의 카톡 프로필을 볼 때이다.

프로필의 사진과 문구가 바뀔 때마다 씁쓸한 한숨만 나온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웨딩포토를 찍으며 웃고 있는 거래처 사장님들, 아이들과 펜션에서 어부바를 하며 놀고 있는 사진, 여자친구와 바닷가에서 파도를 바라보는 사진들...

나는 카톡 프로필에 어떠한 사진들도 문구도 올리지 않는다. 저들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이 그들에게 미수금을 못 받고 있는 사람에겐 상처를 줄 수 있기에...

남의 돈 떼먹고 잘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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