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점점 다양한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책들은 대략 300페이지 정도에 가격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그것보다 휠씬 적은 페이지의 책들도 있다.
평균정도의 책을 읽다 천페이지 정도의 책을 만나면 우선 도전 의식이 생긴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다 읽을수 있을까? 3만원이 넘는 책 값도 살짝 부담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속에서 책을 소개 받게 된다.
땅속에서 고구마를 캐다보면 하나의 고구마인줄 알았던것이 줄기 사이 사이에 여러개의 고구마가 붙어 나오는것과 비교할수 있다. 두꺼운 책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한 첫번째 책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이다.
스티븐 핑거가 쓴 이 책은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란 부제를 달고 있고 1,400페이가 넘는 엄청난 책이다.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는 700페이지, 워렌버핏 평전 "투자의 신"은 650페이지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민음사에서 출판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3부작 합본은 1,600페이지이다.
내가 완독한 책은 워렌버핏 평전과 안나 카레니나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들은 평균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읽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두 책의 경우도 완독하는데 평균 반년 정도가 걸릴것 같다.
읽다 안읽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읽다가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었다. 그럴때는 잠깐 쉬어 주면서 다른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다시 책을 잡고 하루에 조금씩 그리고 책 속의 내용이 긴박해지기나 내가 관심있는 부분이 나올때면 하루에 백페이지 넘게 읽는 날도 있었다.
아무리 두꺼운 책도 이런 여정을 겪으며 결국에는 책을 완독하고 덮는 날이 오게 된다. 한번 두꺼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의외로 3백 페이지 미만의 일반책들은 간혹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두꺼운 벽돌책을 읽고 나면 뭔가 모를 뿌듯함도 체험 할수 있다. 두꺼운 책을 무작정 다 읽었다고 좋아하는것도 얼마나 그 책을 내 것으로 체화 했는가가 중요하지만 두꺼운책 완독의 경험은 독서가에게 앞으로도 책을 꾸준히 읽을수 있는 독서 체력을 길러준다.
소설이든 인문서든 교양책이던 평균적인 책들과 더불어 이렇게 두꺼운 책들도 하나씩 꼭 끼워서 읽어 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지금도 여러권의 책들을 함께 읽고 있다.
그중에 끼어서 읽고 있는 두꺼운 책은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이책은 1,000페이지의 책이며 미국의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으며 거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로 만들어 올 여름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가 나오기전 책을 꼭 다 읽고 깊이 있게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역을 맡은 "킬러언 머피"에게도 이 책을 다 읽고 촬영에 임해주기를 바랬다고 한다.
다만 천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읽기에도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건 바로 책의 무게다. 사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때 집밖에는 책을 가지고 나갈수가 없었다. 책이 너무 무거워..
집에서도 책을 읽을때 손 위에 올려서 보다가 손목이 너무 아퍼 엎드려서 책을 보기가 빈번했다. 이렇게 무겁고 두꺼운 책도 가끔은 과시용으로 카페 같은데에서도 읽고 싶었으나 거의 그러지 못했다.
누군가는 전자책으로 다운 받아서 읽으라고 하는데 아직까진 난 책 넘기는 소리와 책의 종이 냄새를 사랑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좋기에 앞으로도 전자책과는 친해질수 없을것 같다.
전자책에서는 이렇게 두꺼운 책의 물성도 느낄수 없다. 책이 두꺼운지 어떤지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꺼운 책은 읽다가 잠이 오면 베개로도 이용할수 있는 감성도 가지고 있다. 이것또한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서가들이여 반드시 벽돌같은 두꺼운 책에 한번은 도전해 보라. 근육이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 되듯이 독서 체력도 한단계 성장하는것을 느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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