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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영업하는 직원들 빼고 창고를 보는 창고장과 경리 직원은 점심을 사무실에서 시켜 먹는다. 한때는 매번 다른 매뉴로 주문을 하느라고 경리직원이 힘들었다.

중국집, 뼈다귀, 김치찌개, 비빔밥 그리고 분식까지.. 참 다양하게 시켰었는데.

2년 전부턴 백반집에서 점심을 가져다준다. 처음 시작했을 땐 가격이 7천 원이었는데 원자료 가격이 올라서 지금은 인당 8천 원을 받는다. 점심을 사무실에서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다. 사실 백반이 질려서 되도록 밖에서 먹는다.

가끔은 혼자 차 속에 앉아 햄버거로 점심을 먹을 때도 많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먹는 점심 보단 혼자 고립돼서 먹는 점심이 너무 맛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백반 대신 중국집에서 탕수육 같은 별식을 내가 주문한다. 내가 백반이 질리면 사무실 직원들도 백반이 질렸을 것이다.

점심 백반을 배달해 주시는 분들이 3번 정도 바뀌었다. 첫 번째 중년 여사님은 하이톤에 엄청 밝으신 분이었다. 밥을 가져다주실 때마다 활기가 돌았다. 두 번째는 50대의 중년 아저씨가 배달을 오셨다. 내 느낌엔 백반집 사장님 남편이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의 아저씨는 이제까지 배 달해 수시는 분 중 가장 나이가 어릴 듯 보이는 여성 한분과 함께 배달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성분에게 아저씨가 배달 코스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 여성분 혼자 배달을 오기 시작했다. 우리 사무실에 점심이 오는 시간은 항상 11시 30분이었다. 여성분이 혼자 배달을 오기 시작하면서 점심은 12시에 도착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점심 배달이 11시 50분에 오더니 또 일주일이 지나고 11시 40분 그리고 오늘은 11시 30분에 점심이 도착했다.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듯 여유가 없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얼굴에서도 약간의 여유가 보인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조그마한 일이든 큰일이든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기고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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