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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목요일 오후 아침에 잠을 설쳐 피곤했던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뜻하지 않게 오후 4시쯤 집에 와서 살짝 잠이 들었다.

몽롱했던 상태에서 전화 진동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기 싫었지만 습관적으로 전화기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세입자 801호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세입자의 전화 99.9% 프로는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문제 때문에 나를 찾는 것이다. 대개 3초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이날은 몸이 피곤해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조금 있다가, 맑은 정신으로 통화하자" 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데 급하게 다시 전화 진동이 울렸다. 대개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가 오거나 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세입자에게서 연달아 전화가 계속 울렸다.

급한일인거 같아 누워서 전화를 받았다. "저희 아들이 전화 왔는데 현관문이 안 열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세입자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801호 계약 당시에도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문제로 부딪칠랑 말랑 했던 세입자의 아버지였던 차라 나도 모르게 짜증부터 났다. 거기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도 한몱 했다고 본다.

말이 좋지 않게 나갔다. "건전지는 교체해 보시고 전화하셨나요?" "그럼요, 어제도 이런 현상이 있어서 새 건전지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 전혀 문이 작동하지 않네요., 아들이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열쇠집 사장님을 불러 지금 오시고 계시답니다."

생각해 보니 801호가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관 도어락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단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그 뒤로 전화가 오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는데 기어코 사단이 났다.

도어락 사장님이 오시면 보시고 저에게 전화를 주라고 세입자 아버님께 말했다.

몇 분 후 열쇠 사장님께 답이 왔다. "아파트 입주 때 설치했던 도어락 이네요, 이 아파트 다른 집들도 하나둘 문제가 생겨 교체하고 있습니다, 오래 쓰셨네요, 교체하셔야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교체해 주시라고 말씀한 뒤 금액을 물어보니 20만 원이라고 하셨다. 몇 년 전 다른 세입자 도어록 교체해 줬던 게 생각나 가격을 비교해 보기 위해 살펴보았다. 2년 전이었는데 그때도 교체 비용이 20만원 이었다.

모든 물가가 올랐는데 다행히 도어락 가격과 출장비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도어락 사장님이 설치가 잘 되었다는 전화와 사진을 보내주셨다. 사장님이 보내주신 계좌번호에 바로 입금을 해드렸다.

뒤이어 801호 아버지께서 아들이 집에 잘 들어갔고 도어락 교체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당연히 해야 될 임대인의 의무였는데 피곤한 몸을 핑계로 삐딱하게 전화를 받았던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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