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아들을 보내고 집으로 오는 길의 헛헛함이 엊그제 같은데 5주가 흘러 퇴소하는 날이 되었다.
훈련소 입구 분위기가 입소식 때와는 벌써 많이 다르다.

온갖 훈련 준비물을 팔던 상인들이 모두 꽃다발 상인들로 바뀌었고 부모님과 가족들의 얼굴도 아들을 본다는 설렘에 미소가 가득이었다.
11시 군악대의 음악을 시작으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멀리서 군가를 부르며 연병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훈련병들 속에 아들을 찾긴 힘들다는 걸 알지만 모두 똑같이 보이는 아이들에 눈을 고정하며 우리 아들을 찾았다.
멀리서 볼 땐 행과 열을 잘 맞춰 멋지게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왼발 오른발 발 박자가 모두 제각각임에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도 부모님들을 만난다는 것에 2박 3일의 첫 휴가를 나가는데 들떴는지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퇴소식이 끝나자마자 연단에 있던 부모와 가족들이 한꺼번에 연병장으로 달려가 아들들을 상봉했다.
부모를 보고 우는 아들도 있었고 엄마!를 외치고 손을 흔드는 아이들 축제의 분위기였다.
5주 만에 아들을 만났고 갑자기 "경례" 하는 아들이 어색했다.
고생했다며 아들을 안아보니 살이 좀 빠진 것 같았지만 건강해 보였다.

누군가 5주 만에 군기가 들어 로봇 같아진 아들을 보고 안쓰러웠단 말을 했는데 무슨 말인지 오늘 이해가 갔다.
5주 동안 함게 했던 훈련소 소대원들과 원을 만들어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고생했다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게 보기 좋았다.
오래전 내가 군 생활할 땐 100일 휴가가 처음이었는데 공군은 5주 훈련을 마치고 2박 3일의 휴가를 준다.
아들이 차에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역시 사회가 좋네" 하는 말에 웃음이 또 나온다.
2박 3일간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들 많이 먹여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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